휴리스틱(heuristic)이란

휴리스틱, 우리말로는 주먹구구식 또는 어림짐작이라고 번역되는 이 개념은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자 할 때 쓰이는 대표적인 발견법입니다. 휴리스틱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발견하다" 또는 "찾아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휴리스틱은 심리학, 컴퓨터 공학 등에서도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경제학에서는 특히 행동경제학에서 주로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사람들은 복잡한 문제를 만났을 때, 합리적으로 분석하여 최적의 결정을 내리기보다 직감 또는 본능에 이끌려서 문제를 단순화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한 이후에 자신만의 규칙을 이용하여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이때, 문제를 단순화하는 단계에서 휴리스틱이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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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휴리스틱

잘 알려진 대표적인 휴리스틱으로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표본의 대표성 휴리스틱(Sample Representativeness Heuristic)

표본의 대표성 휴리스틱은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될만한 예시나 표본, 이전의 경험 등이 있을 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대전의 인구수를 맞춰야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질문을 받은 사람이 서울 사람이고, 서울의 인구수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사람은 대전의 인구수가 서울보다 적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담양 등 소규모 지역군보다는 많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질문받은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서울의 인구수에 기반해서 대전의 인구수를 추론합니다.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가용성 휴리스틱은 우리의 기억과 관련된 휴리스틱입니다. 이 휴리스틱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최근의 기억, 충격적 또는 인상 깊었던 과거의 기억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어떤 사람이 저녁 뉴스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 뉴스를 보았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사람이 그 뉴스를 본 후에 교통수단의 위험성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할 경우, 그 사람은 자동차보다 비행기가 더 위험한 교통수단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왜냐하면 바로 직전에 본 비행기 사고 뉴스를 떠올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앵커링 휴리스틱(Anchoring Heuristic)

앵커링 휴리스틱은 이야기의 맥락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닻내림 현상이라고도 불리는 이 휴리스틱은 어떤 사람이 판단을 내리기 전에 제공받은 정보가 무엇인지에 따라 특정 판단을 내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예시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마트에서 진열된 상품의 가격 표시 라벨을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대형 마트에서는 원가를 위에 조그맣게 표시하고 취소선을 그어놓습니다. 그리고 아래에 크고 진한 글씨로 판매가를 적어놓습니다. 굳이 원가를 표시하는 이유는 소비자가 원가를 보고 판매가를 보았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 즉 판매가만 보는 경우보다 상품이 더 싸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휴리스틱과 인지적 편향 문제

휴리스틱을 통해 간편하고 빠르게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지만 인지적 편향 문제가 따른다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인지적 편향 문제는 휴리스틱을 사용할 때, 인간이 가진 인지 능력의 한계로 인해 생겨납니다. 예를 들어, 만 원짜리 상품을 할인한다고 9900원에 파는 경우, 실제로는 100원 밖에 할인되지 않았지만, 소비자가 느끼기에는 앞자리 숫자가 줄어듦으로써 보다 더 큰 할인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인지적 편향 문제를 피하고 휴리스틱을 이용하면서도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휴리스틱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이런 간편 추론 방법이 틀린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좀 더 신중히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전망이론의 정의와 등장배경

전망이론이란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사람들이 어떻게 잠재적 이득과 손해를 평가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설명하는 이론이다.

전망이론이 등장한 배경을 이해하려면 그전까지 주류 경제학에서 통용되던 기대효용이론(expected utility theory)을 이해해야 한다. 기대 효용이론의 요지는 "인간은 합리적인 경제주체이고,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자신의 기대효용이 극대화되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상적인 인간상을 채택했다는 단점이 있어 현실 세계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이론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79년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이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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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이론 실험 예시

전망이론을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관련된 실험 이야기를 들 수 있다. 전망이론에서는 의사결정에는 2가지 단계가 있다고 보았다. 첫 번째는 각 사람마다 상대적인 준거점(그 사람 기준에서 이익과 손해가 같다고 생각하는 지점)을 설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각각의 선택지에 대한 효용을 평가하고, 선택지 별로 실현 가능한 확률을 따져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 아래와 같은 두 가지 문제를 보자. 실험 참여자는 각 문제마다 2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문제 1) 

A : 80%의 확률로 400만 원을 받을 확률 (기대이익 = 400만 원 * 0.8 = 320만 원)

B : 100%의 확률로 300만 원을 받을 확률 (기대이익 = 300만 원 * 1.0 = 300만 원)

 

문제 2)

C : 20%의 확률로 400만 원을 잃을 확률 (기대손실 = 400만 원 * 0.2 = 80만 원)

D : 25%의 확률로 300만 원을 잃을 확률 (기대손실 = 300만 원 * 0.25 = 75만 원)

 

행동경제학 실험에서 사람들을 대상으로 위와 비슷한 실험을 실행한 결과, 다수의 사람이 1번 문제에서는 B안을, 2번 문제에서는 C안을 선택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 주류 경제학이 주장하던 기대효용이론에 반하는 결과였다. 왜냐하면 문제 1에서는 A안, 문제 2에서는 D안을 선택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사람들의 결과는 정반대였다. 왜일까? 전망이론을 연구하던 학자들은 사람들이 이득을 볼 때와 손실을 볼 때 서로 다른 경향을 가진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사람들은 불확실한 이익보다는 확실한 이익을 선호하였고, 반대로 확실한 손실보다는 불확실한 손실을 선호하였다. 그래서 이익의 영역인 문제 1에서는 100%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 A안을 선택하였고, 손실의 영역인 문제 2에서는 손실의 확률이 좀 더 낮은 C안을 선택한 것이다.

전망이론에서 나타나는 특징

전망이론에서 주목할만한 특징으로는 3가지가 있다. 준거 의존성, 민감도 체감성, 손실 회피성이 바로 그것이다. 

준거 의존성이란 어느 것을 준거점, 즉 기준점으로 삼는가에 따라 선택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전망이론에서는 준거점이란 그 사람이 이득과 손실이 동일하다고 느끼는 지점을 말한다. 이는 사람마다 다른, 상대적인 개념이다. 또한 선택에 앞서 추가적인 이야기의 맥락을 제공받은 사람은 이전과 다른 준거점을 설정할 수 있다. 기준이 되는 준거점이 다르면 똑같이 주어진 선택지여도 이득과 손실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민감도 체감성은 전망이론에서 사용하는 가치함수의 기울기가 점점 완만해지는 것을 나타낸다. 이것은 사람들이 적은 금액의 경우 조금만 변해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큰 금액의 경우 변화에 더 둔감한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다.

손실 회피성은 이득보다 손실을 더 크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경향성을 나타내는 특징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가치함수에서 이익 쪽의 그래프가 더 완만하고, 손실 쪽의 그래프가 더욱 가파른 것을 통해 나타낸다.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사람들은 같은 이익과 손실이어도 손실 쪽에 더 큰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손실을 줄이려고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전망이론에서 적용되는 가치함수

전망이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

이와 같은 전망이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를 크게 4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 번째는 사람들은 불확실한 이익보다 확실한 이익을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실생활에 적용해 본다면 누군가에게 혜택을 줄 때는 뚜렷하고 명확하게 확실한 이익이라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사람들은 확실한 손실보다는 불확실한 손실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실생활에 이 지점을 적용해 본다면 연간 구독권을 팔 때, 언제나 마음이 바뀌면 구독을 취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시해 주는 것이다. 연간 구독권이 제값을 할 수 있을지, 소위 말하는 뽕을 뽑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언제나 구독을 취소할 수 있다는 사실은 구독권 구매로 얻을 수 있는 손실을 만회하할 수 있는 불확실한 손실로 보이게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구독권을 구매하는데 작용하는 심리적 허들을 낮출 수 있다.

세 번째는 이익인 경우에는 합하고, 손실인 경우에는 나눠서 보여주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했을 때 리뷰로 10 포인트, 구매확정으로 10포인트, 사진 리뷰로 10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경우, 이를 다 합쳐서 최대 30포인트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세부적인 사항으로 말하는 것보다 소비자에게 크게 다가간다는 점이다. 또한 헬스장 계약에서 신규 등록을 할 때, 계약서 설명에서 최대 환불 금액은 50%라는 것을 말하기보다는 일수 차감으로 몇 퍼센트, 락커 환불은 불가하고, 기본 등록금은 2만 원까지 환불 가능하다는 등 잘게 나눠서 설명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잠재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손실이 적게 다가온다. 이와 같은 방법을 쾌락적 편집(hedonic editing)이라고 한다.

마지막 네 번째는 사람들의 손실회피성향을 잘 이용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기존에 이미 제공받던 혜택이 없어지는 것, 즉 손실을 크게 느낀다. 따라서 무료 서비스가 유료 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기존 무료 유저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유료 회원들에게 더 큰 메리트를 줌으로써 도입해야 한다. 또한 광고를 할 때도, 해당 서비스를 선택하지 않고 다른 서비스를 선택할 때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잠재적 손실을 부각하면 소비자로 하여금 해당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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